지금 우리 정부나 정치권은 늘 말하곤 한다. “경제는 침체했다”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은 늘고 있다” “서민들 삶은 궁색해지건만 부자들은 갈수록 떵떵거린다” “경제를 살리는데 정치권이 도와야 한다” 는 등 급기야는 청와대 고용복지 수석이 '일자리로 고통 받는 국민을 위해 20대국회에서는 노동개혁법을 통과시켜달라'고 당부하는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런데 국민은 이 모습을 보고 왜 인(仁)의 첫 번째 가치인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마음이 동요하지 않을까? 대통령이 내놓는 처방은 여기까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는 지금 20대 국회의원 3백명이 의원실을 완전히 '개비'하고 있는 가운데 사용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PC 3천대를 모두 신제품으로 바꾸고 여기에 멀쩡한 벽지와 소파, 책상까지 교체하는데 50억이 훌쩍 넘는 혈세가 들어갔다. '혈세 낭비'다.

여기에 대해 국회의 변명은 "6년 전 18대 국회에서 지급된 컴퓨터의 사용 기한이 지났고 해킹에 대비해 보안이 강화된 제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용 기한에 대한 규정이 의무가 아닌데다 규정만 앞세운 국회의 '통 큰 지출' 자체가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 않은가. 국회는 최근 900개에 가까운 본관 외벽 유리를 통째로 교체하기도 했다. 문제는 국회의 이런 행태를 꾸짖거나 나무라거나 “나는 괜찮으니 원하는 의원만 교체해 줘라” 라고 당연히 말 하는 의원이 없다는 것이 부끄럽고 슬프다.

보이는 것마다 가지려고 성화를 하는 ‘눈 도둑’, 그저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하는 ‘귀 도둑’, 좋은 냄새는 저만 맡으려 하는 ‘콧구멍 도둑’, 온갖 거짓말에다 맛난 것만 먹으려 하는 ‘혓바닥 도둑’, 못된 짓 골라 하는 ‘몸뚱이 도둑’, 이놈은 싫다, 저놈은 없애야 한다, 혼자 화내고 떠들며 난리를 치는 ‘생각 도둑’, 여섯 가지 도둑이 세상에 제일 큰 도둑이 아닌가 싶다.

이런 모습이 기본 없이 나 잘난 맛에 정치에 뛰어든 우리 정치 문화의 본심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필자는 도둑들에게 이렇게 충고 하고 싶다. “정치인이 되기 전에 훌륭한 시민이 돼야 한다"라고. 삶은 궁극적으로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 나름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져 봐야 한다.

국민과 타협하는 것이 공동체 민주주의인데 후진적이고 천박한 민의의 대변자라는 권위를 앞세워 행동하면 국민의 혐오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회적 철학이 아닌가. 국회의원은 국민의 리더다. 리더는 국민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표를 얻을 때만 머슴이고 심부름꾼이다. 국민은 국회의원에게 머슴이고, 심부름꾼의 역할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리더의 역할을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다.

여기 말을 타고 길을 가던 한 신사가 재목을 운반하기 위해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군인들을 보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편안히 앉아 구경만 하는 상사를 보고 신사가 그 상사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같이 일을 하지 않으십니까?" 라고 하자 상사는 주저 없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졸병이 아니고 명령을 하는 상관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듣자 신사는 말에서 내려 윗옷을 벗어 놓고 병사들과 함께 재목을 운반하기 시작했다. 신사는 한참 동안 작업을 했고 많은 땀을 흘린 뒤에야 재목을 목적지까지 운반하는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신사는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상사에게 말했다. "앞으로 목재를 운반할 일이 있거든 총사령관을 부르십시오." 그 신사가 유유히 자리를 떠나갈 때 즈음, 상사와 병사들은 그제야 그 신사가 조지 워싱턴 장군임을 알았다. 진정한 리더를 보여준 일화를 소개해 보았다.

한편 국회사무처는 이날 ‘국회가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를 거쳐서 편성되고 감사원의 회계감사를 매년 받고 있다”고 원론적인 해명만 내놨다.

국회는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다. 단지 교체 시기가 됐다는 이유로 혈세 수십억 원을 들여 멀쩡한 컴퓨터와 책상을 싹 바꾸는 걸 납득할 국민이 몇 명이나 될지 생각해 보길 바라면서 4.13을 통해 선택한 제 20대 국회를 이렇게 지키고 지켜볼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벽을 뚫고 옷을 쏠며 곳간의 곡식을 훔쳐 먹는 집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쥐의 해악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고양이를 키운다. 고양이는 담장 구멍에서 지키거나 장독 사이에서 기회를 엿보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쥐를 잡아버린다. 쥐를 잡는 것은 포식동물인 고양이의 타고난 본성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쥐의 본성 덕분에 사람은 쥐의 해악에서 벗어나 집안의 곡식과 물건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