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 주민들은 서울 같은 대도시 사람들로부터 탄광촌에서 산다고 무시당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탄광촌에서 사는 사람들은 살 만하다고 느끼는데도 바깥에서 들여다보는 시각은 그렇지 못했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이든, 방문길에 들려본 걸음이든 탄광촌을 처음 접한 사람들의 인상은 ‘끔찍’ 그 자체였다. 광부 가족들이 서로 살겠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사택을 보고도 ‘양계장 같다’라거나 ‘돼지우리 같다’라고 했다.

도시 사람들은 탄광촌 살림살이 사정을 들여다보면서 여러 번 놀란다. 처음엔 탄광촌의 사택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좁은 집에서 살 수 있지?’ 하고 놀란다. 그다음에는 그런 사택마저도 입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을 알고 놀란다. 사택은 고사하고 일반주택도 모자라 6식구가 방 한 칸 세를 얻어 살아가는 집이 많던 시절이다. 개인 주택은 독채가 비쌀 뿐 아니라 쉽게 구하기도 어려웠으니 남의 단칸방에 세를 들어 사는 가정이 부지기수였다.

당시 셋방살이하던 사람들은 주인집에 잘못 보이는 날이면 그날로 ‘방 빼!’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던가. 또 아이들끼리 싸워도 무조건 주인집 아이가 잘했고 셋방 아이는 잘못이 없어도 야단을 맞아야 하는 설움과 눈치 속에 살던 시절이었다.

무료로 공급되는 사택 입주는 말 그대로 모든 광부의 희망이자 꿈이었다. 사택이라도 얻어 ‘내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에 탄광에 취업한 사람도 많았다. 사택입주는 입사 전부터 갖는 가장 큰 소망이었으니, 사택의 입주 신청서류는 날마다 높이 쌓였다. 사택은 장기 근속자에게 우선 배당되었으므로 1960년대는 10년도 더 일해야 했고, 1970년대 들어서도 입사한 지 5년은 지나야 사택을 얻었다. 사택에 사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다 보니 사택에 사는 것을 행운이라고 여겼다. 셋방살이를 면하고 사택에 입주하게 된 광부가족들은 저마다 ‘호텔 같다’, ‘대궐 같다’ ,‘궁전 같다’라며 행복을 표현했다. 사택이 그쯤이고 보면 탄광촌의 다른 주택사정이야 오죽했을까 짐작이 간다.

외지사람들이 탄광촌 사택을 보고 진짜 놀라는 것은 따로 있었다. 지붕마저 낮게 웅크린 허름한 사택 안으로 들어가 보면 1970년대 당시 귀한 가전제품이 사방을 둘러가며 잔뜩 있기 때문이다. 방안에는 텔레비전뿐 아니라 서울 잘 사는 집에서나 있을법한 가전제품을 모조리 갖추고 있었다. 양계장 같고 돼지우리 같은 사택이지만 집집이 텔레비전, 전기밥솥, 전축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당시 사택지붕마다 늘어선 텔레비전 안테나는 호황을 맞은 탄광촌 경제의 상징이기도 했다.

가전제품 구매욕이 유행처럼 번질 수 있었던 것은 탄광에서 현금 보너스가 지급되면서부터였다. 광부들 사이에서는 한때 ‘보너스 안 탄 셈치고 전축 한 대 사자!’, ‘보너스는 공돈인데, 가전제품부터 사고 보자!’는 말이 유행했다. 가난에 찌든 한을 남들보다 먼저 첨단제품을 사들임으로써 풀어보려던 심정도 자리했을 것이다. 탄광촌의 과소비 풍조가 만연하여 광업소가 나서서 광부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과소비 방지 교육을 시행했을 정도이다.

1960∼1980년대의 우리나라 경제 실정에 비추어 볼 때 탄광촌의 의식주는 풍요로웠다. 갱내 막장에서 힘든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광부들은 먹는 것은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 먹고 잘 노는 일을 최고의 생활로 여기면서 놀이계가 성행했으며, 공휴가 나면 음주 가무를 즐길 만큼 유흥이 발달하였다.

‘도계여자들 멋쟁이’라든가, '태백이나 삼척, 동해를 먹여 살리는 것은 도계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도계탄광촌의 경제가 호황을 누린다는 뜻이자, 도계탄광촌 주민들의 씀씀이가 그만큼 넉넉하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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