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 사택의 공터를 활용한 가축 사육이 유행처럼 번졌다. 사택마다 닭, 개, 토끼들을 기르면서 생활했다. 집짐승을 기르는 것은 좋은 밑반찬을 제공하는 부업거리였다. 광업소 측에서는 사택의 여유 공간을 활용한 가축 사육을 장려하는 부업교육을 하기도 했다.

또 1970년 새마을 운동이 국가 시책으로 추진되면서 탄광촌 사택에서는 아름다운 사택 가꾸기 사업을 전개했다. 사택 주변에 예쁜 꽃을 심어 단장하고, 집의 창이나 울타리를 꾸몄다. 광업소에서는 환경정비가 잘 된 사택 중 개인 및 마을 단위를 선정해 상장과 상금을 주었다. 아름다운 사택 가꾸기 새마을운동의 전개로 수용소처럼 삭막하던 사택마을의 분위기는 한결 나아졌다.

온갖 화초가 심어지면서 탄광촌 사택에는 아름다운 꽃밭이 생겨났다. 어떤 이들은 실속 있게 살자면서 꽃 대신 채소를 심기도 했다. 농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으니 작은 밭에서도 꽤 많은 수확을 올렸다. 그 습관이 아파트형 사택으로 옮기고 나서도 이어져 채소를 베란다에 심어 부식품을 얻곤 했다.

사택에 처음 입주할 때는 넓어 보였으나 살다 보면 좁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택은 방이 하나 혹은 둘에다, 부엌이 하나인 협소한 주거공간이었다. 그래서 사택 입주자들은 ‘가작(加作)’이라 하여, 임시 건물을 달았다. 화초를 심거나 밭으로 쓰던 공터를 가작방(加作房)을 내어 안방을 넓히거나, 아이들의 방을 새롭게 만드는 일이 삽시간에 유행처럼 번졌다. 오늘날 아파트의 베란다를 터서 방을 넓히거나 또 다른 방으로 꾸미는 것처럼, 1970년대 탄광촌 사택에서는 ‘가작’이라는 이름으로 주거 공간을 넓혔다.

사택의 가작을 불법이라 하여 광업소가 나서서 단속했지만 1970년대 중반 들어서자 가작을 달지 않는 집이 없을 정도였다. 3대가 8평도 채 못 되는 사택에서 방 두 칸으로 사는 딱한 형편을 인정하면서 단속을 그만둔 것이다. 장성광업소는 공식적으로 언급은 안 해도 오히려 가작을 권하는 분위기였다. 가작을 용인하면 좁은 사택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성광업소나 도계광업소는 가작을 위한 자재를 광업소에서 가져다 쓰는 사람들도 많았다. 광업소에서 제재소를 운영하고 있었으므로 나무가 흔한 편이었고, 국영기업의 살림이란 늘 넉넉했으니 야박하게 단속하지 않았다.

민영탄광은 가작을 석탄공사 소속 광업소보다 엄격하게 단속했다. 정선지역의 일부 탄광은 ‘암행감찰대’란 감시기구가 나서서 단속하기도 했다. 다음은 태백지역에서도 규모 면에서는 손가락 안에 꼽히던 함태탄광에서 생긴 일화이다.

사택수리를 위해 쓰다 남은 판자 쪽을 들고 나가던 광부들이 정문에서 박씨(청원경찰)에게 붙들리면 “광업소 재산을 빼돌리는 직원은 혼이 나야 한다.”며 판자를 빼앗고 폭행이나 징계를 일삼았다. 광부들이 “사택수리를 광업소에서 해주지 않아 자재를 갖고 나가던 것이니 한 번만 봐 달라.”고 사정을 해도 “정신을 차리게 해준다.”면서 감봉처분을 받도록 했다.(홍춘봉의 『탄광촌 공화국』중에서)

이사 갈 때는 가작에 들인 노력과 비용을 새 입주자로부터 받았다. 사택을 구하기 어렵던 당시에는 이사 갈 집을 알아내어 ‘가작비’ 흥정부터 해야 했다. 사택 입주를 빨리 하려면 어느 집이 언제 이사를 하는지, 언제 퇴직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 수집이 가장 중요했다. 그다음 중요한 것이 가작비 흥정이었다. 입주 대기자가 줄을 섰기 때문에 가작비 흥정이 끝난 뒤에야 광업소 측에 입주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사택난이 많이 해소되었다는 1980년대 중반, 그것도 전국에서 복지가 좋다는 장성광업소 노동자들조차 사택 입주율은 83%에 그쳤다. 영세한 광업소 광부들의 사택 입주 경쟁은 치열했다. 사택 입주 자격은 입사 순서, 생산직 우선 순서 등의 기준이 있었다. 광업소 측에서는 입주 자격을 갖추기만 하면 실제 입주 여부를 기존에 살던 집주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주택 얻기가 귀하던 터라 퇴직을 한 광부들이더라도 정확한 이사 계획은 세우기 힘들었다. 광업소 측에서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확인할 형편도 못되었으니,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입주 신청자가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광업소 측이 업무를 줄이려는 뜻에서 기존에 살던 사람들에게 준 입주자 선택권은 결국 가작비 같은 권리금을 만들었다. 모든 사택마다 가작을 달았기에 광업소 측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야 않았지만 가작 비용을 주고받는 것을 묵인했다. ‘가작비’는 요즘의 아파트 프리미엄이나 상가 권리금을 주고받듯이 관례로 정착되어 갔다. 놀라운 것은 가작비를 둘러싼 잡음이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는 더 나은 사택구조 개선을 위해 들어간 가작비용을 새 입주자도 인정한 때문이다. 가작이 있는 집과 없는 집 두 곳이 나왔을 때 가작비를 내고서라도 가작이 있는 집을 선호하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둘째는 사택에 입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시절이니 입주 기회가 왔을 때 서둘러 입주하려는 마음에서다. 가작비에 다소 돈이 든다 해도 사택은 공짜 집이니 전세나 월세를 사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입주하고 싶은 마음에 권리금 삼아 가작비를 선뜻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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